성배시의 날씨는 꽤 더웠다.
그러고로 자연스레 기이는 목이 말랐다. 아마 이곳에서는 더 이상 ‘시로가네‘ 라는 신분으로 로 넘어갈 수 있던 것들도 불가능해졌으리라, 기이는 자신의 옷을 뒤졌다. 다행히도 약간의 현금이 있었다. 기이의 기억에는 없는 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 일본에서만 있었던 그에게 원화가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이가 알고 있던 한국지폐에는 5만원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어느새 현금과 같이 있었던 처음 보는 형태의 휴대전화.
기이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액정을 가진 그것의 사용법은 금방 익힐 수 있었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기이가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똑같은 혹은 비슷한 것들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지금이 2015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있던 곳의 시간은 2천년대 초반이었으니까. 5만원권 지폐도, 스마트폰도 생소한 게 당연했다.
“메르시~.”
기이는 각진랜드 내에 있는 커피체인점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샀다. 특유의 입담으로 베이글까지 서비스 받은 그는 시원한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뇌리를 강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성배전쟁‘라는 이름을 가진 공격.
기이는 오래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생명의 물을 마시고 시로가네가 되었던 날, 머릿속을 헤집는 생명의 물에 녹아든 자의 기억과 자동인형에 대한 증오와 원망.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게 기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 이룰 수 있는 소원이라니,
“앗!”
소년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너무 갑작스러워 소년 본인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본능적으로(?) 소년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기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재질로 만든 옅은 색의 정장에 커피색 무늬가 아주 아름답게 생겼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커피체인점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카운터에 있던 알바생도, 기이와 소년이 넘어진 곳 근처 테이블의 아가씨도 놀라 다가오는 것을 기이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보였다.
자고로 신사란 레이디의 걱정을 덜어주어야 하니까. 기이는 자신 아래에 깔려 쿠션역할을 하고 있는 소년을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아, 당신이군요.”
“죄죄죄송합니다?...아!”
소년도 그제야 눈앞에 있는 은발, 은안의 남자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 기이는 넘어진 충격에 아픈 다리를 엘보클러치로 지탱하며 힘들게 일어나는 척을 했다.
날 넘어지게 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라는 의도였다. 이 남자 이거 심보가 고약했다. 아니 사실 소년이 소녀였다면 대우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내 서번트가, 기이 크리스토퍼 래쉬입니다.”
“아아...저..저저저는 타니카제 나가테입니다.”
“일단 보는 눈이 많으니 자리을 옮기죠. 그리고 한모금도 한입도 못마시고 못먹은 커피와 베이글은 당신이 사는 겁니다. 타니카제군.”
“예..예?”
비록 옷에 큰 커피색 무늬가 생겼지만 어쨌든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기이는 앞장선다. 그 뒤에서 커피를 사야 되나 베이글을 사야 되나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어쩔 줄 몰라 하는 타니카제를
기이는 다시 되돌아서 잡아끌고 커피체인점 밖으로 나섰다. 타니카제의 바지에도 커피색 무늬가 생겼다는 건 그냥 무시하자.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세상은 무대이며 누구나 그곳에서는 한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
어릿광대를 자처하는 남자와 기사를 자처하는 남자가 이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켜볼 뿐.
그러고로 자연스레 기이는 목이 말랐다. 아마 이곳에서는 더 이상 ‘시로가네‘ 라는 신분으로 로 넘어갈 수 있던 것들도 불가능해졌으리라, 기이는 자신의 옷을 뒤졌다. 다행히도 약간의 현금이 있었다. 기이의 기억에는 없는 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 일본에서만 있었던 그에게 원화가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이가 알고 있던 한국지폐에는 5만원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어느새 현금과 같이 있었던 처음 보는 형태의 휴대전화.
기이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액정을 가진 그것의 사용법은 금방 익힐 수 있었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기이가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똑같은 혹은 비슷한 것들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지금이 2015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있던 곳의 시간은 2천년대 초반이었으니까. 5만원권 지폐도, 스마트폰도 생소한 게 당연했다.
“메르시~.”
기이는 각진랜드 내에 있는 커피체인점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샀다. 특유의 입담으로 베이글까지 서비스 받은 그는 시원한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뇌리를 강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성배전쟁‘라는 이름을 가진 공격.
기이는 오래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생명의 물을 마시고 시로가네가 되었던 날, 머릿속을 헤집는 생명의 물에 녹아든 자의 기억과 자동인형에 대한 증오와 원망.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게 기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 이룰 수 있는 소원이라니,
“앗!”
소년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너무 갑작스러워 소년 본인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본능적으로(?) 소년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기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재질로 만든 옅은 색의 정장에 커피색 무늬가 아주 아름답게 생겼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커피체인점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카운터에 있던 알바생도, 기이와 소년이 넘어진 곳 근처 테이블의 아가씨도 놀라 다가오는 것을 기이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보였다.
자고로 신사란 레이디의 걱정을 덜어주어야 하니까. 기이는 자신 아래에 깔려 쿠션역할을 하고 있는 소년을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아, 당신이군요.”
“죄죄죄송합니다?...아!”
소년도 그제야 눈앞에 있는 은발, 은안의 남자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 기이는 넘어진 충격에 아픈 다리를 엘보클러치로 지탱하며 힘들게 일어나는 척을 했다.
날 넘어지게 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라는 의도였다. 이 남자 이거 심보가 고약했다. 아니 사실 소년이 소녀였다면 대우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내 서번트가, 기이 크리스토퍼 래쉬입니다.”
“아아...저..저저저는 타니카제 나가테입니다.”
“일단 보는 눈이 많으니 자리을 옮기죠. 그리고 한모금도 한입도 못마시고 못먹은 커피와 베이글은 당신이 사는 겁니다. 타니카제군.”
“예..예?”
비록 옷에 큰 커피색 무늬가 생겼지만 어쨌든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기이는 앞장선다. 그 뒤에서 커피를 사야 되나 베이글을 사야 되나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어쩔 줄 몰라 하는 타니카제를
기이는 다시 되돌아서 잡아끌고 커피체인점 밖으로 나섰다. 타니카제의 바지에도 커피색 무늬가 생겼다는 건 그냥 무시하자.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세상은 무대이며 누구나 그곳에서는 한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
어릿광대를 자처하는 남자와 기사를 자처하는 남자가 이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켜볼 뿐.



최근 덧글